'토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라고 다 같은 것 아니다.'
2012년 세계 시장의 화두는 연비다. 대형차 천국이었던 미국도 이미 4기통 시장으로 바뀌었다. 불과 수년 전 픽업트럭과 대형 SUV가 득세를 하던 것에 비해 이제는 중소형차가 베스트 10 리스트에 주를 이루고 있다.
토요타가 갈수록 프리우스를 중심으로 한 하이브리드에 비중을 두는 이유가 있다. 어떤 형태로든 당장에 석유를 벗어날 수 없는 환경의 도래 때문이다. 당장에 내연기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밖에 없다. 연간 900만대 가까이 판매하는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가진 장기를 최대한 부각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부각됐지만 올 초 디트로이트에서는 조금은 기세가 꺾인 모습을 보였다. 배터리 전기차는 ‘단거리 도시용 탈 것’ 정도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배터리 전기차의 실체를 유저들이 알게 됐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존 내연기관 엔진의 효율성 추구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유럽 중심의 클린 디젤과 일본 중심의 하이브리드가 싸우고 있는 형국으로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유럽 메이커들이 클린 디젤 기술 발전에 앞선 것은 EC 당국이 이산화탄소 규제를 더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미국과 일본은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에 더 비중을 두었다. 지금은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가 하는 진위여부와는 상관없이 미국과 일본에서도 이산화탄소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더불어 클린 디젤은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도 규제치보다 훨씬 앞서 클리어하고 있다.
여전히 유럽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시장에서 클린 디젤의 판매 증가율은 예상보다 높다. 다만 일본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카의 판매 비율이 10%대를 넘으면서 토요타는 힘을 얻고 있다. 복잡하다. 유럽 메이커들의 디젤 중심의 전략을 미국과 일본 메이커들이 따르지 않고 있고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올인 전략을 유럽 메이커들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 어느 쪽이든 전체적인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토요타 프리우스 연혁과 시장의 변화
토요타가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선 보인 것은 1997년. 처음 데뷔 당시 프리우스는 일본 전용 모델이었다. 1997년 말 일본시장에 우선 출시했고 1999년 5월에 아시아 지역 기자들을 싱가포르로 초청해 발표 및 시승회를 개최했다. 프리우스가 해외 시장에 본격 출시된 것은 2000년부터다.
프리우스가 가장 많이 판매된 시장은 미국이다. 2011년 4월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일본시장에서는 9월에 돌파했다. 2011년 8월 기준으로 글로벌 누적 판매 대수는 236만대에 달한다. 데뷔 14년의 판매대수로는 많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토요타측은 장기적인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토요타는 2020년이 되면 하이브리드카의 글로벌 점유율은 2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의 시장은 물론 브릭스에서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일반 하이브리드카는 물론 플러그-인 방식과 EREV까지 포함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하이브리드카의 점유율이 신차 판매의 10%를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평균은 5%를 훨씬 밑돌고 미국의 경우도 3%가 채 되지 못한다. 그러니까 전망은 전망일 뿐이고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 어떻게 될지 아직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토요타는 1997년 초대 프리우스에 이어 2003년에는 에코와 파워의 양립을 목표로 하이브리드 시너지 드라이브를 개발 컨셉으로 한 제 2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THSⅡ)을 2세대 프리우스에 탑재해 출시했다. 2005년에는 해리어와 크루거 등 파워를 필요로 하는 SUV에도 탑재를 확대했다. 여기에 2006년 봄에는 제2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베이스로 개발한 FR승용차 전용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렉서스 브랜드의 GS에 탑재해 GS450h로 출시했다. 그러면서 토요타가 생산하는 전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버전의 추가한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동시에 토요타의 브랜드 이미지를 하이브리드로 한다는 의도도 밝혔다.
2008년에는 3세대 프리우스를 발표하며 하이브리드 올인 전략을 더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하이브리드 시장 확대를 후원했다. 일본은 2009년 4월부터 스크랩 인센티브라고 하는 폐차 대체 장려금 정책을 실시했다. 동시에 소위 ‘에코카 감세’정책을 실시했다. 처음에는 일정 수준의 배출가스 규제와 연비기준에 부합할 경우 신차 구입시 중량세와 취득세를 100%, 75%, 50% 등 3단계로 면제한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그 범위를 확대해 프리우스까지 혜택을 받게 됐고 일본시장에서 프리우스는 20개월 연속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랐다.
2011년 일본의 신차 판매가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하이브리드카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하이브리드카는 전년비 5.7% 감소한 45만 3,263대에 그쳤으나, 일본시장 전체가 축소(421만 대, -15.1%)되면서 비중은 1.1%p 상승한 10.8%를 차지했다. 토요타는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는 하이브리드카의 비중이 소폭 감소 또는 정체했으나 일본에서는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이는 토요타, 혼다 등 주요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주력 모델의 상품성을 개선하거나 가격을 낮춘 모델을 출시함으로써 수요층을 확대한 데 기인한 것이다. 이는 정부 정책 실시와 맞물려 주요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올해 일본 하이브리드카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시장에 대한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토요타는 공격적인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통해 리콜 및 일본 대지진 피해로 감소한 미국 판매를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2011년 왜건 타입 ‘프리우스 V’를 출시한 데 이어, 올 초에는 신형 프리우스 PHV와 컴팩트 하이브리드 모델 ‘프리우스 C’를 출시하면서 신규 하이브리드 세그먼트에 진출했다.
문제는 수년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기대보다는 판매 증가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 메이커들도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들을 출시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하이브리드를 대세로 인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시장 점유율에 대한 예측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독일 메이커와 르노& 닛산 등은 하이브리드의 시장 점유율이 5~6%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20년이면 세계 시장의 20%가 하이브리드카가 될 것이라고 하는 토요타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정말로 근거가 있는 전망인지 아니면 희망사항일지 모르는 예측만 난무하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 토요타는 물론이고 많은 메이커들이 하이브리드카는 과도기적인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정말로 과도기적으로 그칠지 아니면 앞으로도 이런 논란만 계속되고 시장에 따라 하이브리드카와 클린 디젤카의 주도권이 엇갈릴지는 알 수 없다. 2009년 3세대 프리우스를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이 생각한데로 굴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실감한다. 기술적, 경제적, 정치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에너지 문제이고 산업문제이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갈수록 하이브리드 전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들이 추구하는 전략을 더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가 주목을 끌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축적해 온 EMS(Energy Management System) 기술을 바탕으로 이 부문에서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특허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핵심기술에 대한 노하우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Auto 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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