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아닌 시스템이 하나의 브랜드 차원까지 발전한 것은 유래가 없다. 아우디가 1980년에 세단형 승용차에 실용화를 시작해 발전을 거듭해 온 콰트로 시스템은 자동차회사가 제시한 시스템이 브랜드 이상의 브랜드로서 인정받고 있다. 그 출발은 의외로 간단한 사고방식이었다. 자동차 초기의 레이아웃은 뒷바퀴 굴림방식이었다. 그것이 동력 전달을 높이기 위해 가로 배치 앞바퀴 굴림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엔진의 성능도 비약적으로 증강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넘치는 구동력을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콰트로 시스템이다.
뒷바퀴 굴림방식의 레이아웃은 엔진이 앞에 있을 경우 긴 프로펠러 샤프트가 있어야 했고 그만큼 차체 중량이 무거워진다. 또한 그만큼의 실내공간의 침해도 야기한다. 물론 동력추출이라는 측면에서는 앞바퀴 방식보다 우수하다. 그럼에도 앞이든 뒤든 하나의 엔진 룸 내에서 이런 모든 시스템을 통합한다는 것은 엔지니어들에게는 꿈이었다.
하지만 앞바퀴 굴림방식의 단점도 있었다. 우선 등속조인트가 필요했다. 초창기에는 그 기술의 수준이 높지 않았다. 또 가속하면 구동륜에 걸리는 하중이 감소한다고 하는 앞바퀴 굴림방식 특유의 현상이 발생했다. 또 비포장도로의 언덕길에서는 트랙션이 약해 뒷바퀴 굴림방식에 비해 등판능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아우디는 앞바퀴 굴림방식 레이아웃의 기술을 변함없이 발전시켜왔다. 아우디의 전신인 아우디와 DKW, 호르히, 반더러 중 DKW사가 1931년 세계 최초로 양산차에 앞바퀴 굴림방식을 채용했었다. DKW사의 앞바퀴 굴림방식은 세로배치 레이아웃을 기본으로 했었다. 여기에 속도무제한 고속도로인 노면 상태가 좋은 아우토반도 FF기술발전에 큰 역할을 수행했다. 메커니즘 차원에서 본다면 고속영역에서는 차체의 앞쪽이 무거운 앞바퀴 굴림방식이 안정성을 위해 더 좋다.
그리고 그 아우디의 앞바퀴굴림방식 시스템이 페르디난트 피에히박사에 의해 4WD시스템으로 진화됐다. 엔진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트랙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세로배치의 뒷바퀴굴림방식이 더 유리한 쪽으로 정리되게 되었다. 아우디는 그런 시대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네바퀴 굴림방식이었다. 콰트로는 시대적인 산물이었던 것이다.
아우디는 기본적으로 엔진 트랜스미션 세로배치라고 하는 여타 메이커들의 가로배치 방식과는 그 방향성이 다르다.
유럽 메이커들이 모두 그렇듯이 아우디의 전신인 아우토우니온도 브랜드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모터스포츠에 출전했다. 그를 위해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에게 의뢰해 P왜건이라는 모델을 만들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그때 시작된 포르쉐와 아우디의 관계는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과 지금은 폭스바겐 그룹의 총수인 페르디난트 피에히 박사가 아우디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내놓은 것이 오늘날 아우디의 대명사가 된 콰트로 시스템. 그때까지 네바퀴 굴림방식은 어디까지나 정통 오프로더에 필요한 시스템으로 여겨졌던 것을 아우디가 온로드에서 고성능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으로 그 개념을 바꾼 것이다.
아우디는 1980년 봄 제네바쇼를 통해 그때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컨셉트 4WD시스템인 “콰트로
(Quattro)”를 발표했다. 4WD라고 하면 오프로드카 밖에 떠올리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빠르고 안전한 주행을 위한 4WD”라고 하는 컨셉은 놀라운 발상이었다. 그 후 아우디 콰트로는 WRC에 참전, 큰 성과를 올렸고 아우디 스포츠 이미지를 향상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은 그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역량을 갖춘 메이커들이 네바퀴 굴림방식 모델들을 앞다투어 내놓게 되기에 이르렀다.
아우디라고 하는 메이커는 그 아이콘인 네 개의 링이 표시하듯이 네 개의 메이커의 집합체로서 출발했다. 거기에는 기업 안팎에서 격심한 경쟁을 반복해 온 역사가 있고 그 과정에서 단련된 엔지니어들의 정신이 오늘날 아우디의 “기술에 의한 선진(Vorsung durch Technologie)”이라고 하는 자세로 귀결되었다.
아우디는 결코 타협하지 않고 기술은 끝까지 밝혀내며 반드시 결과를 도출한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콰트로의 데뷔 이후 WRC에서의 활약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그것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이런 엔지니어들의 혼은 때로는 상업적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잘 보여 주는 것이 있다. 그 전형적인 예가 A2다. 플래그십인 A8이 알루미늄 보디를 채용해 1994년에 등장해 성공을 거두었지만 코스트 문제로 인해 A2는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단종의 길을 걷고 만 것이다. 하지만 아우디의 엔지니어들은 어떤 형태로든 좋은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해야 한다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냥 타협하지 않고 일보 진전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콰트로’와 ‘경량화’는 지금도 아우디에 있어 핵심 테크놀러지다. 아우디를 이끌고 있는 CEO 마틴 빈터콘은 아우디의 다음 기술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경량화와 콰트로의 진화다.’라고 답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 오늘날 아우디를 얘기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기술이 있다. TDI 즉, 디젤 엔진이다. 아우디는 TDI를 레이싱카 R10에 탑재해 2006년 6월에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디젤차 최초로 우승을 거두며 세계에 확실하게 그들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미드십 정통 스포츠카 R8이 2006파리살롱을 통해 데뷔해 이 부문에서는 오히려 BMW를 앞서는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스포츠세단’을 넘어 ‘스포츠카’ 장르에 넣을 수 있는 미드십 모델을 개발해 경쟁 메이커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콰트로사가 만드는 아우디 스포츠 라인업
아우디의 RS와 S라인의 포지셔닝은 BMW의 M 버전과 같은 것이다. BMW에 M사가 있다면 아우디에는 콰트로(Quttro) 사가 있다. BMW는 M3, M5 등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최근에는 M6에 이어 Z4 M 버전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사실 스포츠 세단 분야에서는 아직까지는 BMW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우디 콰트로사의 제품도 만만치 않다. 콰트로사는 아우디 본사 직계의 튜닝 전문 부문이다. 이 회사에서는 RS4와 S라인 등 아우디 스페셜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주 업무다. 아우디 라인업에는 1991년 등장한 S시리즈가 있고 1993년부터 판매가 시작된 RS시리즈가 있다.
RS계에는 RS4와 RS6가 있고 S라인에는 S3부터 S4, S6, S8에 이르기까지 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S4에는 왜건과 카브리오레까지 있고 S6도 왜건 버전이 있다. 더불어 S라인 스포츠 서스펜션, S라인 익스테리어 패키지, S라인 인테리어 패키지 등 많은 스페셜 파츠도 개발하고 있다.
참고로 아우디는 1990년대초부터 A4를 베이스로 한 S4와 RS4에 4.2리터 V8 엔진을 탑재해왔다. 지금에 와서는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 AMG 버전과 BMW M3에는 V8 엔진이 없다는 점 때문에 아우디는 그것을 장기로 내 세우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그렇게 큰 엔진을 작은 차체에 어떻게 탑재하느냐이다. 아우디가 제시한 해결방법은 세로배치이다. BMW나 메르세데스와는 달리 아우디는 앞바퀴 굴림방식을 기본으로 한 4WD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그래서 구동계통의 레이아웃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아우디는 캠샤프트의 구동부를 엔진 뒤쪽으로 이동시켜 전장을 짧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추구하는 아우디의 스포츠 세단 컨셉은 ‘Everyday Sports’, 다시 말해 365일 즐기는 고성능 세단이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스파르탄한 주행도 할 수 있으며 장거리 주행을 해도 피로감이 덜한 일상생활 속에 스포츠카라는 얘기이다.
세 가지 다른 방식의 아우디 콰트로 시스템
콰트로라고 하면 그냥 통상적으로 풀 타임 4WD로만 알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아우디는 모델의 성격에 따라 각각 다른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앞 바퀴가 스핀할 경우 후 뒷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하는 통상적인 4WD시스템과는 달리 아우디의 콰트로 시스템은 처음부터 네 바퀴에 균등하게 구동력을 전달한다. 이런 기본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아우디의 콰트로 시스템은 세 가지로 다시 구분된다.
크게는 기계식에 속하는 A8과 A6, A4과 S8, S6, S4, Q7용과 전자식에 해당하는 A3, TT용으로 구분된다.
토센 디퍼렌셜을 채용하는 기계식의 경우 다시 두 가지로 나뉘는데 A8등에 채용되는 시스템은 셀프 록킹 센터 디퍼렌셜이 채용되어 있다. 이는 통상 주행시에는 전후 차축의 하중에 대해 균등하게 토크를 배분하지만 노면 상황에 따라 접지력이 높은 쪽의 타이어에 토크를 많이 배분하는 타입이다. 다시 말하면 앞뒤 어느 한쪽의 타이어가 스핀하면 센터 디퍼렌셜을 록(Lock)상태로 함으로써 구동력을 접지력이 살아있는 쪽으로 밀어 줌으로서 트랙션을 최대한 살린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같은 기계식이지만 S8 등 스포티한 주행성을 강조하는 모델에는 비대칭 다이나믹 토크배분 셀프 록킹 디퍼렌셜이라고 하는 타입을 채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경우 초기에는 앞 40%, 뒤 60%의 비율로 토크를 배분한다. 이는 코너링시 뒤쪽으로의 토크 배분이 증가하고 대신 앞쪽으로는 줄어드는데 그로 인해 앞쪽 타이어의 접지력이 약간 여유가 생겨 핸들링 특성으로 말하면 약 언더 스티어 현상이 발생해 다루기 쉬워진다. 물론 결국은 센터 디퍼렌셜이 록 상태로 되어 휠 스핀을 일으키지 않고 트랙션을 최대한 살려 빠져 나갈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토센을 사용한 록 시스템이다.
그리고 소형 모델인 A3와 TT에는 할덱스 타입, 즉 전자제어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습식 다판 클러치를 상황에 따라 전자제어로 단절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초기에는 앞바퀴에 95%, 뒷바퀴에 5%의 구동력이 배분되지만 코너링시 필요에 따라 뒷바퀴쪽으로 구동력이 커지게 된다.
사실은 4WD시스템이라고 하는 것도 액티브 세이프티 범주에 속하는 장비이지만 그보다는 주행성능을 한층 높이는 쪽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콰트로 시스템으로 인한 주행성의 향상은 전체적인 쾌적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는 Everyday Sports를 지향하는 아우디의 브랜드 이미지와도 걸맞는 것으로 일반인들도 조금만 숙달되면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주는데 유익한 장비다. 다만 같은 스포츠 드라이빙이라고 해도 BMW와는 또 다른 맛을 추구하는 것은 직접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채영석 교수님의 자동차역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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