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지난해 자동차 판매 글로벌 5위 업체에 등극하면서 최근 유수의 경쟁업체들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는 동시에 전세계 언론들로부터도 비상한 관심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무려 1만 자가 넘는 긴 분량의 기사를 통해 현대차가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이룬 괄목할 만한 성장을 집중 조명하고 앞으로의 과제들을 점검했다.
WSJ은 "10년 전만 해도 고장이 잘 나는 값싼 소형차나 만들며 글로벌 시장에서 낙오자였던 현대차가 이제는 자회사 기아자동차와 함께 강한 경쟁력을 지닌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 월스트리트저널은 현대차가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이룬 괄목할 만한 성장을 집중 조명했다. 그래프는 현대차(청색)와 기아차(적색)의 미국시장 자동차 판매 추이.(단위=1000대) |
다른 경쟁업체들은 아예 엄두를 내지 않았던 부분에서도 특히 큰 성과를 거뒀다. 토요타 이사와 크라이슬러 사장을 지낸 바 있는 짐 프레스 닛산 컨설턴트는 "다른 업체들은 못한다고 하는 많은 것을 현대차는 해낸다"고 말했다.
올해 초 미국시장에서 출시된 신형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가 현대차의 성공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다. 현대차는 업계 예상보다 1년 빠른 4년 만에 재설계된 신형 엘란트라를 내놨다. 토요타의 코롤라나 혼다의 신형 시빅보다 값은 더 싸면서도 연비효율은 더 낫고 성능도 좋아 각광을 받았다.
↑ 현대차 소나타(파란색)와 경쟁 모델인 혼다의 어코드(보라색), 토요타 캠리(빨간색)의 1999~2010년 판매 추이 비교.(단위=1000대) |
또 임원들이 토요일에 회사에 나와 일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고, 직원들은 일이 끝날 때까진 근무시간이 지나도 일하는 등 임직원들의 열정적 노력도 현대차 성장의 비결이다.
이같은 혁신 노력에 시장에서의 결과도 좋게 나타났다. 올해 현재까지 미국시장에서 코롤라 판매는 평범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시빅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신형 엘란트라의 판매량은 2배 증가했다. 또 지난해 출시된 신형 소나타의 올해 판매도 35% 늘었다.
엘란트라의 성공 등에 힘입어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생산은 지난 10년 동안 2배나 늘었다. 업계에선 눈부신 기록이다. 같은 기간 토요타와 폭스바겐의 생산은 40% 증가했고 포드는 오히려 감소했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이 현대차에 도움이 됐다. 현대차는 닛산을 제치고 토요타에 이어 아시아 2위 업체로 올라섰다. 미국시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난해 합계 7.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1년의 3.3%에서 2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또 지난해 글로벌 판매 규모에선 현대차와 기아차가 합계 약 570만대로 포드를 제치고 5위에 등극했다.
현대차는 기세를 몰아 최근 올해 미국시장 판매 전망치를 기존보다 6% 많은 62만4000대로 상향 조정했다. 기아차도 3% 높여 43만3000대로 제시했다.
◇생산력 포화 상태…다음 미션은 창의 혁신=WSJ 그러나 현대차가 성공을 이룬 원동력을 환율 효과에 따른 가격경쟁력으로 봤다. 원화 가치가 절하된 덕을 봤고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에 가격 책정에서 이점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원화 가치가 상승해 가격경쟁력이 일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컨설팅 회사 올리버와이만의 론 하버는 "현대차는 비교적 신생업체라 비용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미국보다 30%나 낮다. 또 미국에서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의 노동자들은 시간당 27달러를 받는데 이는 GM과 포드 공장의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의 약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토요타를 뒤좇기만 하던데서 벗어나 혁신을 선도하고 업계의 리더가 되려면 싸게 파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컨설팅 회사 앨릭스파트너스의 존 호펙커는 "수년 동안 현대차가 가진 것은 비용상의 이점이었고 지금도 여전하지만 이제는 가격을 올려도 시장점유율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직면한 또다른 문제는 생산력의 한계다. 증산이 제한적이어서 계속 급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차가 너무 잘 팔려도 문제인 것이다. 현재 전세계 공장이 풀가동되고 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긴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현대차 딜러십을 운영하는 스코트 핑크는 인기 차종인 소나타와 엘란트라의 재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물량만 있으면 현대차는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양승석 사장은 그러나 생산을 늘리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600~700만대 생산이 최선인지, 긍정적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생산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이 항상 좋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산을 막대하게 늘렸던 토요타가 최근 품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대목이다.
WSJ는 아울러 현대차에 혁신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창의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또 전통적 한국식 기업문화에서 벗어나 외부에 경영을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