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배기량이 가변한다,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이란?

서 우 진 2011. 2. 9. 10:52

배기량이 가변한다,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이란?    (글로벌 오토뉴스 한상기 기자님의 실린더 컷 오프 기능 소개입니다)


메이커들은 연비를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해왔다. 규제를 통해 기술이 발전하는 것처럼 연비를 높이기 위한 기술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중 하나가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이다. 실린더 컷 오프는 부하가 적은 상황에서 일부 기통의 작동을 멈춰 연비를 높이는 기술이다. 가변 배기량으로 불리기도 한다. 생각보다는 널리 쓰이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예전에도 있었지만 상황이 힘들어지니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90년대 중반에 나왔지만 최근 들어 급격하게 각광받고 있는 스톱-스타트 같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메이커에 따라서 이름이 다르지만 일부 실린더의 작동을 멈추는 것은 같다.

 

브랜드를 떠나 유럽보다는 미국에서 더 많이 쓰이는 것도 특징이다. 크루징 상황이 많고 고배기량 엔진이 많은 미국의 특성에 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은 GM은 AFM(Active Fuel Management), 크라이슬러는 MDS(Multi-Displacement System), 혼다는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으로 부른다.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연비이다. 엔진의 큰 힘이 필요 없는 영역에서 유효하다. 사실 제한 속도 전후로 정속 주행하면 엔진의 최대 출력이 필요 없다. 이럴 때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이 작동한다. 엔진의 힘을 다 쓰지 않아도 모든 기통에 계속 연료가 공급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속 주행 시 연비 개선 효과는 8~25% 사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린더 컷 오프의 역사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상용화는 80년대 들어서다. 1981년에 나온 캐딜락의 L62 V8 엔진에 적용된바 있다. 이튼과 공동 개발한 이 엔진은 상황에 따라 V8 또는 6, 4기통만 작동했다. 하지만 기술의 완성도가 낮아 금방 사라져버렸다.

1982년에는 미쓰비시가 MD(Modulated Displacement) 기술을 1.4리터 배기량의 4G12에 적용한다. 지금은 실린더 컷 오프가 4기통에 적용되는 일이 없지만 미쓰비시의 MD는 4기통에 가장 먼저 적용됐고 차후 V6에도 확대됐다. 미쓰비시의 MD 역시 기통의 휴지와 작동에 대한 반응이 느려 소비자로부터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미쓰비시는 1993년 MIVEC-MD 엔진을 통해 다시 실린더 컷 오프 기술을 되살렸다. 엔진 제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4기통과 2기통 사이를 오가는 반응이 크게 좋아졌다. MD 모드에서는 4기통 중 2기통만 작동해 연료와 펌핑 로스를 줄이고 연비도 10~20% 개선됐다. MD는 1996년까지만 생산됐다.

미쓰비시 이후 한동안 실린더 컷 오프 기술에 관심을 갖는 메이커는 없었다. 90년대만 해도 규제가 엄격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이런 기술까지 동원할 이유는 별로 없었다. 메르세데스가 90년대 말에 V12에 MDS를 적용하긴 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도 이 기술을 도입하는 메이커는 드물었다.

현대적인 실린더 컷 오프가 다시 나온 것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헤미 엔진이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004년 헤미 엔진을 되살리면서 MDS를 추가해 성능과 연비를 모두 잡았다고 홍보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GM이 AFM을, 혼다도 VCM을 들고 나왔다. 혼다는 한 쪽 뱅크의 작동을 멈추고, 헤미는 실린더를 하나씩 건너뛰면서 멈추는 방식이다.

실린더 컷 오프가 상용화 된 배경에는 제어 기술의 발전이 있다. 다른 기술들처럼 컴퓨터를 통한 제어가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 1981년 이후 컴퓨터의 속도는 25배가 빨라지고 연산 능력은 50배, 메모리 용량은 100배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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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AFM은 DoD(Displacement on Demand)로 불렸다. AFM은 보다 발전된 기술로 현재는 GM의 V6, V8 엔진에 적용되고 있다. 연비 개선 효과는 5.5~7.5% 사이이다. 핵심 부품인 솔레노이드 밸브와 유압 롤러 리프터는 이튼과 델파이가 제공했다. AFM은 2002년의 캐딜락 시엔 컨셉트의 노스스타 XV12에 탑재됐고 2005년 GMC 엔보이와 시보레 트레일블레이저에 가장 먼저 적용됐다.

2004년 나온 크라이슬러의 MDS는 승용차에만 적용됐지만 곧 트럭까지 확대됐다. 2006년에는 적용 차종이 7개로 늘었다. 크라이슬러에 따르면 MDS 적용에 따른 연비 개선 효과는 10~20% 사이이다. MDS가 적용된 헤미 엔진은 4개의 머플러를 갖춰 V8 모드일 때는 큰 사이즈의 머플러로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혼다의 VCM은 i-VTEC 엔진과 맞물린다. 한 쪽 뱅크의 작동을 멈추는 시스템이다. 초기에는 한 쪽 뱅크의 작동만 멈췄지만 신형 어코드에는 상황에 따라 3 또는 4기통만 작동할 수 있게 발전했다. 현재는 어코드를 비롯해 파일럿과 오디세이 등에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벤틀리는 올 여름에 나올 뮬잔느에 실린더컷 오프 기능을 적용한다.


J.D 파워는 CAFE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미국에는 실린더 컷 오프가 적용된 차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기량이 높을수록 효과를 보는 기술이기 때문에 미국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도 4기통에 터보와 직분사가 늘어나는 것처럼 V6와 V8에는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이 확대될 것이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