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독 극심한 감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환절기마다 감기를 달고 산다. 철마다 비타민, 오메가-3 등 영양제를 찾는 사람이 급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가장 손쉬운 건강 비결 중 하나인 영양제 복용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을 예로 들어보자. 실제로 그는 대단히 건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퇴임 후 미국의 기자들이 그에게 건강 비결을 묻자 그는 "종합비타민제와 오메가-3 등 서너 종류의 영양제를 매일 복용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이왕재 교수는 '비타민 C 전도사'로 유명하다. 그는 알약 형태로 일일 권장량의 10배 이상 높은 2g 이상의 비타민 C를 매일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2년 미국 하버드대는 1992년 미국 정부가 제정해 영양학의 금과옥조로 여겨온 미국인의 < 식사 지침(식품 피라미드) > 을 처음으로 개정했다. 이 개정판이 의미 있는 이유는, 음식만으로 구성된 과거 지침과 달리 '영양제 섭취'를 별도 항목으로 만들어 공식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양제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비타민과 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 요구량이 늘고 있는 점이다. 현대인은 각종 공해와 스트레스, 흡연과 음주, 약물 남용 등 비타민과 미네랄이 고갈되는 환경에 평생 노출돼 있다.
둘째, 현대인은 채소나 과일을 너무 적게 먹는다. 비타민과 미네랄을 원시인 수준으로 섭취하려면 매일 다섯 접시 이상의 채소와 과일을 섭취해야 한다. 쫓기듯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에겐 불가능한 주문이나 다름없다.
셋째, 설령 채소나 과일을 열심히 챙겨 먹는다 해도 지금의 채소와 과일이 옛날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수년 전 영국의 BBC 다큐멘터리는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똑같은 땅에서 재배한 농작물인데, 지금의 농작물과 50년 전 농작물은 단위 그램당 미네랄 함량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같은 땅에 질소 화학 비료를 주고 농작물을 수확하기 때문에 토양 자체의 미네랄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영양소가 부족하고, 어떤 영양제를 복용해야 하는 것일까? 이는 개인의 식단과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 다만 평균적인 한국인의 식단을 감안하면 다음 세 가지 영양제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종합비타민제'다. 과중한 업무와 공부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나 수험생이라면 피로를 이기고 활력을 증진시키는 비타민 B군 위주로, 노화나 성인병의 위험이 높은 중년 이후 연령층이라면 항산화 작용이 큰 비타민 A와 C, E 위주로 선택한다. 종합비타민제는 알약이 크고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합성 비타민제보다 천연 비타민제를 추천한다.
둘째는 칼슘제다. 현재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가 '칼슘'이다. 칼슘은 뼈를 튼튼하게 하는 것 이외에 '신진대사의 숨은 실력자'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칼슘은 스트레스로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다.
셋째는 '오메가-3' 제재다. 오메가-3는 등 푸른 생선이나 들기름, 호두 등 견과류에 많은 기름이다. 머리를 좋게 한다는 뇌세포의 영양 물질 DHA도 오메가-3의 일종이다. 매일 3~4g 정도 필요하지만 고등어 두 토막(100g)을 먹어도 0.4~1.8g밖에 섭취할 수 없다. 또한 최근 생선의 수은 등 중금속 오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알약 형태로 오메가-3를 복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고혈압과 비만, 고지혈증, 흡연 등 심장병과 뇌졸중의 위험 요인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메가-3 영양제를 매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알약의 총중량에서 유화제를 제외한 실제 오메가-3(DHA+EPA) 함량의 비중이 높을수록 바람직하다.
물론 영양제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과장된 견해다. 알다시피 영양제는 겉으로 보이는 형태만 알약이지 실제 내용물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동일하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에선 슈퍼마켓에서도 영양제를 판다. 하루 한두 알 정도의 복용이라면 어떠한 의학적 부작용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영양제를 '선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알약 복용이 위장을 자극해 속이 부대끼고 쓰린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식사 직후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영양제의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12시간 간격으로 아침과 저녁 하루 두 차례 복용이 가장 바람직하다. 물론 영양제가 만능 건강 지킴이는 아니다. 금연과 운동, 균형 잡힌 식사 등 기본을 소홀히 하지 않는 자기 관리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출처 :홍혜걸 기자 의학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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