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미국산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리더 캐딜락 CTS 쿠페

서 우 진 2011. 3. 9. 09:41

 

 

캐딜락의 라인업은 비교적 단순하다. CTS를 시작으로 STS, DTS, SRX, 에스컬레이드가 전부다. 그 중 CTS만이 세단과 왜건, 쿠페 버전을 라인업하고 있다. 여기에 고성능 디비전 V시리즈까지 갖추어 CTS의 브랜드 내 입지를 보여 주고 있다. 캐딜락 브랜드의 엔진 라인업도 극히 단순하다. 3.0과 3.6 V6, 4.6 V8, 6.2 V8 이 전부다. 6.2리터를 V10도 아니고 V8로 하고 있는 것도 통상적이지는 않다.

네 가지 엔진으로 다섯 가지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유럽 메이커들과는 다른 구성이다. 유럽 메이커들도 엔진 라인업 따로, 모델 라인업 따로 하고 있다. 다른 점은 같은 엔진이라도 출력 사양을 다양하게 구성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델 하나에 20가지가 넘는 그레이드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단순하고 분명한 모델 라인업을 갖추게 된 것은 이유가 있다. 20세기 자동차산업 역사에서 GM은 전설적인 존재였다. 1908년 헨리 포드가 대량생산 기법을 처음 동원해 만들어 낸 T형 포드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T형 포드는 1927년까지 모델체인지 한 번 하지 않고 1,574만대나 팔렸다. 그 포드를 이기기 위해 GM이 동원한 것이 이어 모델과 모델체인지, 그리고 브랜드 차별화 전략이었다.

시보레와 폰티악, 올즈모빌과 뷰익, 캐딜락 등의 순으로 장르와 격을 달리하는 브랜드 전략을 통해 ‘모든 지갑과 목적에 맞는 차’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 걸었다. 이 전략은 자동차산업의 규모를 극적으로 확대하는데 가장 크게 공헌했다. 여기에 1921년에는 할부금융을 도입해 샐러리맨들로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전쟁도 GM 에게는 세 확장의 기회였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군수용 차는 연합군에게, 독일 자회사 오펠이 생산한 차는 독일군에게 납품에 돈을 벌었다.

그 시절 GM의 CEO였던 찰리 윌슨은 1953년 미 국방장관 취임을 위한 청문회에서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다.” 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1930년~1960년 GM은 전설적인 존재였고 그 힘을 중심으로 미국 자동차산업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그 아성은 일본 메이커들의 저가차 공세와 독일 메이커들의 프리미엄카 공략으로 도전을 받게 된다. 그러자 GM 이 고안해 낸 것이 ‘플랫폼 공유화’다. 오늘날 자동차 회사들의 숙명으로 여겨지고 있는 비용 저감의 극대화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캐딜락의 라인업이 이처럼 단순하고 분명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GM의 발목을 잡았다. 시보레와 폰티악의 구분이 없어지고 올즈모빌과 뷰익의 차별화가 더 이상 먹혀 들지 않게 된 것이다.

더불어 독일 브랜드들은 성능으로, 일본 브랜드들은 품질로 브랜드력을 키워 1990년대 미국차는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했다. 그러다 90년대 말 엄청난 구조조정의 회오리를 맞은 GM은 결국 제품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미국차의 위력을 꺾었던 유럽과 일본차에 대항할 수 있는 라인업 구축에 나섰다. 그것은 GM의 디비전 중 최상위에 위치하는 캐딜락의 일신이었다.

그 GM 르네상스의 선봉장이 바로 2001년 등장한 CTS이고 오늘 시승하는 차는 그 쿠페 버전이다. STS나 DTS와 달리 CTS는 보디 타입이 다양하다. CTS 스포츠 세단과 쿠페, 스포츠 왜건을 베이스로 고성능 디비전인 V라인이 각 모델에 추가된다. V세단과 V쿠페, V 왜건이 그것이다. 전자에는 3.0 혹은 3.6리터 엔진이 탑재되고 V라인에는 6.2리터 엔진이 탑재된다.

참고로 2009년형 캐딜락 CTS-V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7분 59초 32의 랩 타임을 기록하기도 했다. GM은 공식적으로 스포츠카가 아닌 양산형 4도어 세단 모델이 뉘르부르크링에서 7분대의 랩타임을 기록한 것은 CTS-V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GM이 CTS시리즈에 들이는 공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CTS로 시작된 캐딜락의 영광을 살려 GM의 르네상스를 재현하고자 했던 전략이 2009년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주춤하고 있다. 파격적인 스타일링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의 성능으로 놀라게 했던 당시의 기세에 비하면 지금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연속이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시장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매력적인’, 즉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뉴 모델로 승부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중심으로 한 생산과 강력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살아나야 한다. CTS시리즈는 그런 GM의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좋은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