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유럽 D세그먼트 모델이 가진 경쟁력의 원천

서 우 진 2011. 8. 19. 04:40

유럽 D세그먼트 모델이 가진 경쟁력의 원천

자동차의 브랜드 구분은 편의상 프리미엄, 니치, 양산 등으로 나눈다. 주관적인 분류로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일치된 카테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가격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보통이다. 최대 경쟁의 장인 미국시장에서 대당 6만 달러 이상의 가격표를 붙일 수 있는 모델을 갖고 있는 브랜드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류한다. 대표적인 모델이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와 일본 토요타의 렉서스가 여기에 속한다. 


6만 달러 이상의 가격표를 붙이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중소규모의 브랜드를 니치 브랜드라고 한다. 재규어 랜드로버를 비롯해 벤틀리, 볼보 등 자체 자본으로 경영을 유지할 수 없는 브랜드들이다.

그렇다면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어떻게 해서 높은 가격표를 매겨 차를 판매할 수 있을까. 속칭 ‘루비똥 가방’은 200만원이나 되는 고가인데도 30만원 상당의 중가 브랜드보다 더 높은 판매를 보인다. 


오늘날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명사는 뭐라해도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이다. 그들 브랜드의 중핵 모델은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볼륨 모델은 유럽 기준 D세그먼트에 속하는 3시리즈와 C클래스, A4 등이다. 상급 모델인 E세그먼트와 함께 이 등급에 대한 각 메이커의 경쟁력 강화정도는 상상 이상이다.

이들이 그처럼 강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자동차의 본질인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데 필요한 기술력에서 트렌드세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파워트레인과 섀시 부문에서 지금까지도 세계 자동차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보편성을 추구하는 양산 브랜드로 분류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 차원에서 본다면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류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그런 지위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 토요타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이용해 21세기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친환경’메이커라는 입지를 공고히 했다. 혼다가 1972년 가솔린 엔진 금지법이라고 일컬어진 머스키법을 가장 먼저 클리어하면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었지만 최근에는 힘이 좀 떨어진 상태다. 닛산자동차도 전기차 기술을 통해 트렌드세터로서의 입지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머지 유럽과 한국, 미국 메이커들은 캐치 업(Catch Up)플레이어로서의 자리까지는 왔으나 선구자들이 먼저 점령한 이미지를 능가하는 것은 당장에는 불가능해 보인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다양한 파워트레인 기술을 속속 선보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따라가는 입장일 뿐이다.


위 세 개의 브랜드 중에서 D세그먼트에 가장 늦게 진입한 것은 메르세데스 벤츠다. 워낙에 대형세단 중심의 전략이었던 메르세데스는 190E라는 모델로 D세그먼트시장의 경쟁에 뛰어 들었다.

D세그먼트의 트렌트 세터는 BMW다. ‘달리는 즐거움’을 전면에 내 세워 2002 시절부터 BMW의 D세그먼트 세단은 항상 ‘스포츠’라는 단어를 달고 다녔다. 이들 브랜드의 특성은 섀시 레이아웃이 프론트 엔진, 리어 드라이브가 기본이라는 점이다. BMW가 한때 앞바퀴 굴림방식을 심각하게 검토한 적도 있었지만 운동성능에서 그들의 DNA를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포기했다.

아우디는 예외다. 아우디는 폭스바겐 그룹의 수장 피에히 박사가 콰트로 전략을 활용해 그들만의 존재감을 확보했다. 이론적으로도 FF나 FR보다는 4WD가 다이나믹성이라는 측면에서 앞선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래서 아우디는 1980년부터 줄기차게 네바퀴 굴림방식 기술을 개발해 왔고 최근에는 다른 브랜드들도 라인업에 4WD 버전을 추가하고 있다. 그것이 트렌드세터다.

아우디의 레이아웃은 기본적으로 앞바퀴 굴림방식 베이스다. 앞바퀴 굴림방식 차는 보통 엔진을 가로배치한다. 하지만 아우디는 세로배치 레이아웃과 콰트로를 결합시켜 차체 중량배분과 핸들링 특성을 뒷바퀴 굴림방식과 같은 수준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최근 등장한 모델 중 A4가 가장 대표적이다.

섀시 계통에서 엔진과 트랜스미션 기술도 하루 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특히 플랫폼은 개발과 그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가능한 한 응용하기 쉽게 설계하는 것이 엔지니어들의 숙제다.

여기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와 양산 브랜드의 차이가 난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D세그먼트 플랫폼을 E와 F세그먼트까지 전개가 가능하지만 양산 브랜드는 그렇지 못하다. 성능과 운동성능의 질에서 차이가 난다.

트랜스미션도 모델의 성격과 차형, 엔진, 구동방식의 결정에서 있어 중요한 요소다. 단지 변속만 되는 것이 아니라 파워 추출, 효율성 등에 이르기까지 고려해야 한 부분이 많다. 유럽시장에서는 여전히 수동변속기가 주를 이루고 있고 다른 시장을 위한 자동변속기도 발전을 시켜야 한다. 최근에는 다단화가 가속화되어 가고 있다. 여기에 CVT와 DCT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트랜스미션의 기여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8단 AT와 다단 DCT의 경쟁 구도로 발전할 것이라는 게 엔지니어들의 중론이다.

결국 엔진과 트랜스미션, 플랫폼의 조합이 자동차의 기본을 결정하고 그것이 브랜드의 특성을 표현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이런 기본적인 구성에 의한 차별화를 실현하고 있다.

BMW는 달리는 즐거움을, 메르세데스 벤츠는 기품을, 아우디는 젊고 역동적인 감각을 전면에 내 세우고 있다. 이런 표현은 오늘날 모든 양산 브랜드들도 즐겨 사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유러피언’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해 자동차의 주행성이 뛰어남을 주장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통상적인 주행이라면 프리미엄 브랜드와 양산 브랜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최고속도 60mile~90mile/h 영역에서라면 부족함이 없는 주행성과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이다. 다만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거기에 ‘포텐셜(Potential)’까지 갖추고 있다. 포텐셜이란 한계 이상의 상황에서도 성능을 발휘해 안전을 확보해 주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자동차가 움직이는 도구라는 점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너지와 환경 문제 등으로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논의가 폭넓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빨리 구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아직은 자동차가 처음 탄생 당시의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 본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들 한다.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고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등장해도 결국은 그동안 그 본질을 중심으로 더 많은 기술력을 축적해 온 메이커가 앞서 갈 것이다. 그것이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에게 주는 신뢰감이고 그것이 가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